영상일기

담양 소쇄원에서

차보살 다림화 2008. 12. 2. 22:36

담양 소쇄원을 소요하다

소쇄원瀟灑園 (소쇄:어떠한 지경에 도는 기운이 맑고 깨끗하다.)

맑고 깨끗한 정원

 

소쇄원은 양산보(1503-1557)가 은사인 정암 조광조(1482-1519)가 기묘 사화로 능주로 유배되어  세상을 떠나게 되자

출세에의 뜻을 버리고 자연 속에서 숨어 살기 위하여 꾸민 별서정원이다. 주거와의 관계에서 볼 때에는 하나의 후원이며,

공간 구성과 기능 면에서 볼 떼에는 입구에 전개된 전원과 계류를 중심으로 하는 계원溪園 그리고 내당인 제월당을 중심으로

하는 내원으로 되어 있다. 전원은 대봉대와 상하지, 물레방아 그리고 애양단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계원은 오곡문 곁의 담아래에

뚫린 유입구로 부터 오곡암 폭포 그리고 계류를 중심으로 여기에 광풍각을 곁들이고 있다.

 

제월당에는 하서 김인후가 쓴 <소쇄원사십팔영시 (1548)>가 있으며, 1755년 (영조 31) 목판에 새긴 <소쇄원도>가 남아 있어

원래의 모습을 알 수 있게 한다. 당시에는 광풍각 뒷편 언덕에 복숭아나무가 심어 진 도오桃塢가 있다. 이곳에 심어진 식물은

국내 종으로 소나무, 대나무, 버들, 단풍, 등나무, 창포, 순채 등 7종이고, 중국 종으로 매화, 은행, 복숭아, 오동, 벽오동, 장미,

동백, 치자, 국화 파초 등 13종 그리고 일본산의 철쭉, 인도산의 연꽃 등 모두 22종에 이르고 있다.

세 차례 이곳을 들러간 적이 있지만 그때마다 가을철이어서 그 정광을 다 볼 수 없었다. 솔직이 소쇄원의 진정한 아름다움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것을 오늘에야 느낀다. 언젠가 다시 4계절의 소쇄원을 소요하며 하서 김인후가 그토록 드나들면서

그 정원을 감상했던 것처럼, 그의 48영시를 따라 그 장면에 들어 보고 싶다. 지금은 48영이 다 남아 있지는 않지만 아직

남아 있는 장면들을 찾아보리라.

 

 입구의 대나무 숲, 

 

대나무 숲의 바람소리

이미 하늘로 사라졌건만 다시 조용한 곳에서 부르는구나,

무정한 바람과 대나무는 매일 저녁 피리를 연주하네. 제 10영시

 

 

계곡에 물이 많지 않아 그 당시의 계류의 정취는 없으나, 

 

 초정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옛 선비를 상상해본다.

脩階散步수계산보: 48영시의 23영, 계단을 산보하며,

티끌 많은 속세를 벗어나 잡념을 버리고 계단을 산보하며

한가로이 시 한 수를 읊으니 걷고 옲을수록 세상 정을 잊어가네.

 

 겨울에도 햇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 해서 애양단이라고 벽에 음각하였던 듯,

양지 바른 단의 겨울 낮 단 앞의 계곡은 아직 얼어 있는데 단 위의 눈은 모두 녹았구나,

팔 베개를 하고 따뜻한 풍경을 맞으니 닭소리가 한낮임을 알리는 구나.

제 47영시의 대목인 듯하다.

 계류가 흘러들어 오는 위쪽의 담

바위를 가로지르는 외나무 다리

 

 

 계류 건너 광풍각, 그 뒤의 제월당

제월당은 주인이 거하는 곳이고, 광풍각은 손님을 위한 공간인 듯,

제월당, 비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이란 뜻이란 집으로 정면 3칸, 측면 1칸의 팔작지붕 건물이다.

 

 제월당의 굴뚝엔 지금도 연기가 난다.

세 손님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광풍각, '비 개인 뒤 해가 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이란 뜻,

손님을 위한 사랑방으로 1614년 중수한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한식이다.

계곡을 베고 누운 방, 침계문방 제 2영

창이 맑아 책을 비추니 물 속 바위에 책이 미치네.

세상사를 생각하니 사념이 솔개와 물고기처럼 떠돈다.

 

 광풍각에 모인 손님들이 계곡을 벤 사랑방에서

즐거운 한 때를....

 

 

 제월당에서 쪽문을 통과하여 내려오면 광풍각이다.

 

 그 옛날 연못은 온데 간데 없고 오곡문 아래

돌틈에 모인 물 속에 낙엽들이 한가롭네, 갈 길을 잃은 채...

 

 

 

 정원을 한 바퀴 돌아 나오면서 한바탕  소리가 빠질 수 없었다고...

2008년 11월은 이렇게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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