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일기

새로운 시작을 하는 이예준을 위하여

차보살 다림화 2010. 2. 27. 19:43

 

이화 유치원 마당에 전시된 어린이 그림

이예준의 그림 <전주 할머니 댁에 가는 길>

기차 타고 가는 길에서 어떻게 산 꼭대기에  집을 그렸을까

아마도 산 꼭대기에 있는 정자를 보았던 것일까.

 어디서 보았는지 물어봐야겠다.

 

 

친구들 사이에 있는 예준이.

수료식을 마친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이층에서 진급식을 하니까

미리 올라가시라는 원장님 말씀에 예준이는 뒤를 돌아보며 나를 향해

이층을 손짓하며 올라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층에

 

 

 

 

2010년 2월 27일, 올해도 어김없이 천리향이 뾰족한 꽃잎을 열기 시작한다.

베란다에 향기가 피어나고 있다.

야생의 꽃나무와 온실의 것이 그렇게 다르니 아이들도 그렇게 키워야 할것이다.

예준이는 동료 아이들보다 여려서 올부터 신경을 써서 놀이터에서 체력 단련 훈련이

필요할 것 같다. 할머니가 키운다 해도 아이들은 멀리 있는 부모와 이어져 있기 때문에

엄마의 마음이 곧 아이 마음과 같아진다. 여자 아이는 엄마 같은 아이, 남자 아이는 아빠 같은

아이로 되고 또 양쪽 부모들의 영향을 받게 되어있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공식이다.

그러니 엄마가 되었으면 마음부터 바른 마음씨 고운 마음씨를 먹고 있어야 아이도 그렇게 이어받는다.

예준이가 밖에 나가기 싫어하는 것은 곧 엄마가 그렇기 때문이다. 엄마가 손수 본보기가 되어야 하는 것이

그 때문이다. 아이한테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 바라는 바를 부모가 먼저 행하는 것이어야 하지.

바른 말 바른 인사 말부터 먼저 하는 것부터 아이와 함께 새로 배우고 행하는 것이다.

엄마가 되면서부터 나도 그렇게 배우고 행하면서 살아왔고 또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매사에 엄마가 먼서 행동으로  하는 것이 올바른 아이 교육일 것이다. 

 

 

모든 시작에는 마술이

 

 

  ‘정이월 다 가고 삼월이라네’ 강남 갔던 제비도 돌아오겠지요. 햇살이 하 좋아 나갔다가

친구 집에서 잠깐 茶談을 나누고 돌아왔습니다. “누구 기다리는 사람도 없을 텐데 저녁이나

먹고 가지...... “봄기운 들어오라고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잠깐 나왔는데...”

“뭐, 가지고 갈 것이 많은가봐!” “그런 건 아니지만, 기다리는 것은 많아...“

  천리향이 창 바깥 햇살 따라 멀리 퍼져 가라  했거든요. 천리향 입이 뾰족이 열리기 시작하면

아무데도 가고 싶지 않습니다. 정이월 동안 내내 좁쌀만 한 꽃잎이 모여 꽃숭어리를 매달고

있다가 이제 막 열리고 있습니다. 오므리고 있을 때는 절대 향기 한 줄기 새어나오지 않지요.

붙잡는 친구의 손을 마다하고 돌아서는 마음이 좀은 쓸쓸한 것 같았지만 돌아와 현관문을 열자,

꽃향기가 안겨오니 온 몸이 환해집니다. 그 어떤 대상이 이렇게 날 아늑하게 맞아줄까 싶습니다.

아침에 벌여 놓은 찻상에서 꽃나무와 마주앉아 남은 차관에 물을 넣어 세 번째 차를 우렸습니다.

그 무엇과도 대신할 수 없는 넉넉한 마음입니다. 고요로운 청복입니다.

 

    야생 화단의 천리향은 나뭇잎이 누렇게 뜨고 이지러진 잎도 많기도 하고, 아직 꽃잎이 벌어질

기미가 없습니다. 온실 것은 잎 색깔이 초록색이고 곱기는 합니다만 나무 둥치는 크게 자라지

않습니다. 드넓은 대지에 뿌리박고 가없는 하늘의 태양과 바람을 받고 온갖 시련을 견뎌내어야

굳건한 큰 나무로 자랍니다. 서둘러 꽃 피우려고 조바심 내지도 않습니다. 우리 도시인들은

저처럼 온실의 꽃나무와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화려하고 향기 내는 꽃을 피우고

고운 자태를 하고 있을지라도 생명이 지닌 역량을 한껏 펼치지도 못하겠지요.

 

  오늘은 2008년 3월 4일, 내일이 경칩입니다. 어제는 초등학교 아이들 입학식이 있었지요. 

아침의 상큼한 싸늘함이 맑은 하늘과 함께 새봄을 느끼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천리향이 꽃잎을

매일 많이 열어 향기도 짙어집니다. 베란다의 햇살로 나왔지만 햇빛이 일어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하늘을 보니 해가 검은 구름 층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더니 잠깐 사이 구름이

하늘을 덮고 얼마동안 굵은 눈발이 세차게 내리는 겁니다. 동해안 쪽 폭설의 영향입니다.

춘삼월에 내리는 때늦은 눈발입니다. 그리고 또 잠깐 사이 나타나던 태양은 구름 속에

갇혀 버립니다. 정말 봄은 언제나 올 듯 말 듯 하면서 주춤거리는 겨울과 숨바꼭질 놀음을

하면서 와야 자랑스러운 가 봅니다. 창안은 꽃향기 가득하고 춘란분에서 새 꽃 촉이 조심조심

일어나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는 참 변덕이 심한 날이었어요.

 

  2008년 3월 8일입니다. 꽃들을 지켜보면 야생이든 온실이든‘열흘 이상 가는 꽃이 없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봉오리들이 한 열흘 만에 다 피어나는 것 같습니다. 이제 꽃은 만발했고

천리향의 영화가 절정을 넘습니다. 식탁에 앉아 햇살이 내려앉은 베란다 숲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오늘은 춥지 않아 창문을 활짝 열어 직접 나뭇잎들에게 싱싱한 햇빛을

안겨줍니다. 겨우내 농축된 영혼의 향이 창밖 만리까지 퍼지도록 말입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유년의 아이들이 어린이 집이나 초등학교에 입학하였지요.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여 ‘아이와의 전쟁’을 호소하는 젊은 부모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현대인의 약 95퍼센트가 실내에서 생활한다고 하지요. 따라서 요즈음 아이들의 부모

역시 거의 대부분 온실의 화초처럼 살면서 온실에서 아이들을 보호해왔기 때문에 당황하게

될 것입니다. 도시생활 자체가 모든 일들이 자연과는 분리된 생활이어서 적극적으로 단계적인

훈련이 필요합니다. 사람을 온실의 화초처럼 자라게 하여서는 진정한 사람으로 자라기 어려울

것입니다. 덕(德),체(體),지혜(智慧)를 갖춘 사람의 향기는 만리(萬里)를 간다고 하지요. 위대한

선각자들의 향기는 세대를 초월합니다. 온실의 천리향처럼 자란 사람들이 어찌 사람의 진정한

향기를 지닐 수 있을 지요. “새로운 세계로의 출발과 여행의 준비가 되어 있는 자만이 마비시키는

습관을 헤어날 수 있도다.” 모든 시작에는 마술이 깃들어 있다고 했습니다. 한 단계 한 단계

씩씩하게 훈련해 가면 좋겠지요. 명랑하게 한 공간 한 공간을 통해 잘 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2009년 3월 8일 

  일 년 만에 다시 새 봄의 마술을 맛봅니다. 1월부터 천리향 꽃눈이 맺기 시작하여 2월 중순부터

눈을 뜨기 시작하여 고유한 향을 풍겼습니다. 동시에 그 향의 울림을 듣고 솟아오른 춘란의 새 촉도

함께 봄의 교향곡을 합주하는군요. 올해는 꽃 시기가 좀 빠른 것 같아요. 천리향은 2월 21일부터

나를 따라다녔습니다. 제주도 비바리들이 제주시내 천리향 가까이 가서 '아이 향기 좋아라' 하며

천리향 아래서 코를 발름거리면 다음 날 전라도 완도까지 향기가 건너간다 고, 시인 고은이

노래했습니다. 나도 우리집 천리향 아래서 향기 가득 담고 제주도로 건너가니 거기 천리향이

이미 퍼지고 있었지요.  지난주는 남녘의 순천, 진주, 통영의 미륵산 정상까지 퍼져나가

매향과 조우했습니다. 

 

  부산에서 전주까지 올라오는 동안 가로의 산수유가 활짝 피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봄에는 물가에서 놀아야 멋있다고 했는데요, 근래는 가물어서 마른 개천이나 저수지가 보기

안타깝습니다. 고향 마을 큰들의 진주남강 물도 줄어서 강의 밑바닥이 보이는 곳이 있습니다.

섬진강 댐 옥정호의 붕어 섬도 갈증에 시달리고 있더군요. 들 물이 붇고 줄어 넘친 흔적이 붉은

맨 바닥으로 층층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강바닥만 본다면 어찌 새 봄의 못이라 할 수 있을 지요.

성긴 수풀이 뿌리까지 서리 맞아 황량하고 밋밋한 늦가을 풍경에 봄물이 차올라 힘찬 새 출발을

준비할 때인데... '春水萬沙澤'이란 절구가 무색했습니다. 냇가에는 바야흐로 '柳枝絲絲綠'이나

단원의 그림 <少年行樂>의 화제처럼 '春日路傍情'을 만끽할 수도 없는 것은 옛 산천과 옛

사람이 아니어서 일까요. 베란다의 천리향이나 춘란도 언제까지 내 옆에서 새 봄을 구가할 수

있을 지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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